대학생 때 일본의 한 회사에 관한 내용이 TV에 나왔습니다. 작은 회사도 아닌데, 사장이 사무실을 따로 사용하지 않고 직원들 일하는 사무실의 계단 밑에 책상을 놓고 일하는 절약하는 사장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그 때는 그것이 대단하고 본 받을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하여 일을 하면서 그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저의 첫회사는 연 매출이 2000억원 되는 중견기업이었습니다.  사장이 있었습니다만, 나이가 많아 중요결정만 하고 사실상 경영은 부사장이 하고 있었습니다. 부사장이 사실상 CEO였던거죠.

회사에서는 부사장에게 주는 회사차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부사장 개인차를 몰고 다녔는데, 아주 오래된 세단이었습니다. 소위 똥차라고 부르기 바로 전 단계의 차였죠.


그것을 보면서, '내가 미래에 부사장이 되어도 이 회사에 있으면 저런 차를 타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부사장이 그 차를 몰고 다니는 속사정은 저도 모릅니다. 월급은 많은데 그 차에 너무 만족해서 그 차를 타고 다닐 수도 있고, 아니면 부동산/주식에 투자를 많이 해서 비싼 차를 살 여유가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누구나 진급해서 월급 더 받고, 책임이 늘어나는 만큼 권한도 늘고, 회사차든 월급을 모아서 산 개인차든 좋은 차 몰고 다니고 싶을 겁니다. 이 회사에서 열심히 일해서 저 직위에 올라가면 나도 저런 고급차 몰고 아니면 비싼 집에서 살 수 있을거라는 환상을 스스로 만듭니다. 월급이 적어도 본가 또는 처가가 부자라 고급차 몰고 비싼 집에서 사는 것인지, 월급은 많은데 돈 들어갈 곳이 많아 그저그런 차와 집을 가지고 있는지 속사정은 모릅니다.

근검절약하는 사장을 보면 주주들은 좋아할 겁니다. 부하직원 입장에서는 환상이 깨지죠. 그러면서 애사심에도 영향을 주고요.


속사정을 모르면 겉모습만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사기꾼들이 비싼 물건으로 몸에 도배를 하나봅니다. 없으면서 무리하게 있는 척하는 것은 파멸로 향할 뿐이죠. 하지만 자신의 가치관에 반하지 않고, 부담이 적은 정도라면 있는 척하는 것도 사회생활을 잘 하는 방법 중 하나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Posted by 흑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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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피스트 지니 2019.09.08 12:3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도 어느정도 보여지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