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팅은 배트맨 실사화를 총 정리해서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의미도 있지만 예전에 포스팅 했던 것의 재탕이기도하다. 엄밀히 따져서 재탕이라기 보다는 '배트맨 배우와 의상 연대기 ver.2.0'정도로 한다.

배트맨 역을 맡은 배우를 중심으로 중요한 조연이나 일부 악당 배우들의 이야기도 있으며, 영화나 TV시리즈 등의 극 자체의 이야기도 조금 하기로 한다. (슈퍼히어로 영화 연대기에서 언급한 내용들과도 일부 중복되는 이야기가 있을 수 있겠다.)




1943. 배트맨 / Bat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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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램버트 힐리어 Lambert Hillyer

배트맨, 브루스 웨인-루이스 윌슨 Lewis Wilson
로빈, 딕 그레이슨-더글라스 크로프트 Douglas Croft
알프레드 페니워스-윌리엄 오스틴 William Aus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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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다시피, 그냥 박쥐 괴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금에야, 어떻게 저런 옷을 입힐 생각을 했을까 이상하겠지만, 생각해보면 초기 코믹스에서 그려졌던 오리지널 복장도 이 실사물과 크게 다르지 않았음을 생각해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리라.

무비 시리얼이라고 해서, 단편으로 된 이야기들을 극장에서 순차적으로 상영해주는 시스템의 매체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원작 코믹스 자체가 아직 확고한 분위기나 설정이 잡혔을 때가 아니라서(물론 조커등의 기본적인 악당은 이미 존재했지만) 실사물의 분위기도 확실한 성격이 엿보이진 않는다. 그래서인지 현재 배트맨의 세계관에 자리잡은 악당들은 전혀 등장하지 않고있고, 출연진과 배역 이름 중에 '닥터 티토 다카(Dr. Tito Daka) '라는 이름이 있는데, 아마 이쪽이 주요 악당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어딘가 무국적적이기도 하면서 동양적이기도 한 이름이 당시의 관념이라면 충분히 악당의 이름을 사용될법하다는 근거로 추측해 본다.




1949. 배트맨과 로빈 / Batman and Ro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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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본이님의 제보에 감사)

감독-스펜서 고든 베넷 Spencer Gordon Bennet

배트맨, 브루스 웨인-로버트 로웨리 Robert Lowery
로빈, 딕 그레이슨-쟈니 던칸 Johnny Duncan
알프레드 페니워스-에릭 윌튼 Eric Wilton
비키 베일-제인 아담스 Jane Adams
제임스 고든 국장-라일 탈봇 Lyle Talb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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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츔은 43년작과 거의 똑같다 시피해서 배우의 얼굴 실루엣이 다르지 않았다면 사진만으로는 구별하기 힘들뻔 했다. 그런데 사실 잘 보면 43년의 코스츔보다 복장 상태가 더 후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코스프레도 이 정도라면 아무도 사진을 찍어주지 않아 쓸쓸히 집에가야 할 정도인듯.

배우 몸매로도 구분이 가능하다. 43년의 배트맨은 근육질이 아니었다 뿐이지 그래도 체격이 나쁘진 않고 그 시절의 코믹스와 비교하자면 나름 어울리기도 했었다고 한다면, 이쪽은 아주 저질이다. 최근에 DVD로 발매한 <배트맨 고담 나이트>의 에피소드 중 가장 첫번째 이야기에 등장한 배트맨의 몸매가 생각날 정도로 서민적이고 친근하다.

비키 베일이 이미 이 때 부터 등장하고 있다. 잘 몰랐지만 코믹스 안에서 꽤 역사가 있고 중요했던 여성 캐릭터였나보다.




1965. 배트맨과 로빈 / Alyas Batman at Ro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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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파퀴토 톨레도 Paquito Toledo

배트맨-밥 솔레르 Bob Soler


필리핀산 배트맨 영화. 제목과 기본적인 포스터 빼고는 확인할 수 있는 바가 전혀 없다. Alyas라는 단어의 뜻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영어의 'The'에 해당하는 관사가 아닐까 짐작해 볼 뿐이다. 사진도 발견하지 못했다.


1966. 제임스 배트맨 / James Bat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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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아르테미오 마퀴즈 Artemio Marquez

배트맨, 제임스-돌피 Dolphy
루빈(?)-보이 알라노 Boy Alano

이건 제목부터 38차원의 영역에서 끄집어 온 것만 같다. 제임스 배트맨이라니...단지 이 영화에서 배트맨의 본명이 제임스이기 때문에 제목이 제임스 배트맨이란 말야? 게다가 배우 이름은 뭐 돌피야 돌피는...무슨 애칭같은 건가? 아니면 아이돌 가수 출신의 배우이기라도 한 건가...로빈은 왜 로빈이 아니고 루빈인 건데?

넘어가자. 패스.




1966. 배트맨 / Bat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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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레슬리 H.마틴슨 Leslie H. Martinson

배트맨, 브루스 웨인-아담 웨스트 Adam West
로빈, 딕 그레이슨-버트 워드 Burt Ward
알프레드 페니워스-앨런 네피어 Alan Napier
제임스 고든 국장-닐 해밀턴 Neil Hamilton
조커-케사르 로메로 Cesar Romero
캣우먼, 킷카-리 메리웨더 Lee Meriwether
펭귄-벌게스 미어디스 Burgess Meredith
리들러-프랭크 고쉰 Frank Gor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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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그 작품, 배트맨을 필두로 거의 모든 슈퍼히어로 장르 컨텐츠에 대해서 '슈퍼히어로물은 애들이나 좋아하는 유치하고 조악한 장르다'라는 선입견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만든 전범이 된 바로 그 영화다.

눈썹이 달린 괴상한 마스크와 푸근한 몸매의 배트맨, 배트맨도 그렇지만 그 보다 더 심하게 까불거리는 로빈 등의 캐릭터, 그리고 이미 너무나 유명한 'POW' 'BIFF' 등의, 만화에서도 나오지 않는 만화같은 의성어 그래픽. 누가 알았으랴, 이 작품으로 인해 한번 뒤집어 쓴 오명을 씻는데 수십년이 걸릴 거라는 것을 말이다.

이 작품이 끼친 악영향을 또 한 가지 꼽으라면 바로 '배트맨과 로빈 게이설'일 것이다. 1954년, 정신 분석학자 프레드릭 워썸이 배트맨이 청소년에게 끼치는 해악을 주장하면서 펼친 논리 중 하나인 게이설 때문에 배트맨의 세계관과 인식이 계속 꼬인채로 있던 와중에 이처럼 알록달록한 타이츠의 성인 남성과 십대 소년이 몸 부대끼면서 펼치는 슬랩스틱을 보여줬으니, 이 작품이 게이설이 붙인 불에 부채질을 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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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케사르 로메로라는 배우. 사진으로만 보거나 화질이 떨어지는 동영상 화면으로는 확인하지 못했었는데, 들은 바에 의하면 콧수염을 그대로 둔채 하얀 분칠을 하고 연기를 했다고 한다. 물론, '배우의 프로페셔널함'이라는 개념이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역할을 위해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도 있지만 당시만 해도 배우의 에고와 자존심, 품위 등이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됐던 시기이기 때문에, 그냥 건성으로 하려는 마음에 면도를 하지 않았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배우는, 조금 촐싹거리는 감이 있으나 조커 역할에 의외로 잘 어울리기도 한다. 조커라는 역할 자체가 조금만 과장하면 바로 만화 캐릭터가 되어 버리기 충분한 예민한 캐릭터인데 이 작품 안의 조커는 이 작품 전체를 대변하는 듯, 과장 그 자체다.

캣우먼- 리 메리웨더는 이 극장판에서만 캣우먼 역할을 맡았는데, '킷카'라는 이름이 이 영화에서 캣우먼의 본명으로 쓰인건지 아니면 '킷카'라는 또 다른 캐릭터를 1인 2역으로 연기한 건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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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와 제임스 고든 국장







1966~68. 배트맨 / Bat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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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판 포스터를 찾을 수가 없어서 영화판으로 대체

배트맨, 브루스 웨인-아담 웨스트 Adam West
로빈, 딕 그레이슨-버트 워드 Burt Ward
배트걸, 바바라 고든-이본느 크레이그 Yvonne Craig
알프레드 페니워스-앨런 네피어 Alan Napier
제임스 고든 국장-네일 해밀턴 Neil Hamilton
조커-케사르 로메로 Cesar Romero
캣우먼-줄리 뉴마 Julie Newmar, 에르타 킷 Eartha Kitt
펭귄-버지스 메리디스 Burgess Meredith
리들러-프랭크 고신 Frank Gorshin, 존 애스틴 John Astin
미스터 프리즈-오토 프레밍어 Otto Premi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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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이 들어가 반짝거리는 게 맘에 든다


전체 120편의 에피소드로 이뤄진 TV시리즈. 아마 같은 해에 나온 아담 웨스트의 영화판이 이 시리즈를 위한 극장 공개용 파일럿이었다고 들은 것 같다. 확실하진 않지만.

배트걸- TV시리즈 버젼에서 부터 등장하고 있다. 배트걸의 코스츔 역시 코믹스에 엄청나게 충실한데, 배우인 이본 크레이그는 동양 혼혈의 냄새가 나면서 묘한 매력이 있고 몸매 하나 만큼은 다른 배우들이 근무 태만인 것 처럼 보일 정도로 만화 속 배트걸보다 더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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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우먼- 줄리 뉴마는 극장판의 리 메리웨더보다 조금 덜 예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출연진 이름에 또 다른 캣우먼이라고 올라있는 에르타 킷(이라고 읽는게 맞는지 모르겠다.)은 이상하게도 흑인(아줌마)이다. 아마도 캣우먼 역할을 넘겨 받았다기 보다는 이야기 속에서 '다른 캣우먼'으로 등장한게 아닌가 싶다. 후반 시즌은 보질 못해서 잘 모르겠다.

미스터 프리즈- 배트걸과 마찬가지로 극장판에서는 출연하지 않았던 캐릭터. 마치 50년대의 SF 영화에서 외계인으로 등장할 법한 괴이한 분장을 한 노인이다.

이 시리즈의 미덕을 찾자면, TV시리즈 치고는 블록버스터라는 단어를 써도 될 정도로 많은 볼거리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눈이 아플 정도로 화려한 색감의 의상도 그렇지만 배트맨 일당의 무기나 교통 수단이 다채롭게 등장하고 있다.

요런 것들



그리고 이 시리즈가 갖는 의의를 하나 더 말하자면, 동시대 인기 TV시리즈 중 하나였던 '그린 호넷 Green Hornet'과 크로스오버 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정확히 언제의 에피소드였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린 호넷 콤비와 배트맨 콤비가 같은 대상을 놓고 수사를 펼치다가 서로 오해가 있어서 조금 싸우기도 하고 그러다가 힘을 합쳐서 사건을 해결한다~는 식의 스토리였던 걸로 대강 기억하고 있다. 그게 뭐 어쨌냐고? 그린 호넷의 보디가드인 가토 Kato역할을 맡은 배우가 바로 이소룡(Bruce Lee)이잖아!!




1967. 배트걸 / Batgirl


아담 웨스트의 TV시리즈의 인기에 고무되어서 만든 졸작인지, 몇개 되지 않는 에피소드로 막을 내린 배트걸의 스핀오프 TV시리즈. 박쥐 3인방이나 고든 국장, 알프레드 등의 출연진은 그대로 등장하며 악당으로는 '킬러 모쓰'를 팀 허버트 Tim Herbert라는 배우가 연기했다고 한다.

더 언급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아는 바도 없고.




1967. 배트맨 파이츠 드라큘라 / Batman Fights Dracu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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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보다 배트맨이 더 무서워

감독-레오디 M.디아즈 Leody M. Diaz

배트맨, 브루스 웨인-징 아발로스 Jing Abalos
드라큘라-단테 리베로 Dante Rivero


참 그러고보면 필리핀에서는 꾸준히 배트맨 컨텐츠가 생산되고 있었다. 몇 년 전에 나온 'The Batman'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OVA판인 '배트맨 vs 드라큐라'의 아이디어가 이미 수십년 전에 필리핀에서 실사화 됐었다니. 필리핀의 배트맨 사랑이 이 정도였는 줄은 전혀 몰랐다.

이 영화 역시 기본적인 캐스트 외에 알려진 정보가 없다.




1968. 배트우먼 / Batwoman, La Mujer murciél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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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렌느 까르도나 René Cardona

배트우먼-마우라 몬티 Maura Monti


얼마 전에 '배트맨 영화 감독들의 비교' 포스팅 말미에 잠깐 소개했던 엉뚱한 멕시코산 괴작. 익히 알고있는 배트맨의 세계관과는 전혀 무관하고 그저 배트우먼의 이름과 박쥐 가면만 차용해다가 쓴 아스트랄 컨텐츠 되시겠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배트우먼의 복장 상태로 봐선 도저히 아동용으로 보이진 않는다는 사실.




1972. 배트우먼과 로빈 / Batwoman and Ro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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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준 아리스토레나스 Jun Aristorenas

로빈-로빈 아리스토레나스 Robin Aristorenas
배트우먼-버지니아 아리스토레나스 Virginia Aristorenas
캣우먼-소피아 모란 Sofia Moran


이건 대체 뭐냐. 전혀 들어본 적도 없다. 어느 나라에서 만든 건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감독이랑 두 주연 배우의 성이 같은 건 그냥 우연인가?

게다가 입고있는 옷은 배트걸 옷인데 이름은 배트우먼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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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우먼과 로빈과 뱀파이어 여왕 Batwoman and Robin Meet the Queen of the Vampires
이라는 제목의 또 하나의 작품도 존재한다. 후속작까지 나온거야 이거??




1972. 배트걸 / Batgirl, Uçan K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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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상반신 누드인채로 나오는 건 아니겠지.

감독-세미 에빈 Semih Evin

배트걸-Safiye Yanki (뭐라고 읽어야 되는 건가)


터키에서 만든 배트걸 영화. 아마 멕시코의 배트우먼처럼 전혀 상관없이 이름만 빌려온 괴작이리라 추측.




1973. 싸워라 배트맨 싸워! / Fight Batman F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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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로메오 N. 갈랑 Romeo N. Galang

배트맨-빅터 우드 Victor Wood
로빈-로드릭 파울레트 Roderick Paulate
배트걸-핑키 몬틸라 Pinky Montilla
조커-로드 나바로 Rod Navarro
캣우먼-로티스 키

제목을 내 임의대로 번역해봤더니 완벽히 웃긴 제목이 됐다.이건 뭐, 열혈 청춘 복싱 드라마도 아니고 어째서 이런 제목이 나올 수 있는 거야 대체. <롤라 런>의 영어 제목인 'Run Lola run'이 떠오른다.

저런 이름들은 대체 어느 나라의 배우들인지 짐작하기도 힘들다. 혹시 또 필리핀인가?

그런데 캐릭터들 명단을 보니 나름 코믹스에 등장하는 놈들로 구색은 갖춰놨다. 완전 괴작은 아닌 것 같은데, 어쨌거나 전혀 정보를 찾을 수가 없으므로 이번에도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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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배트맨 실사물의 암울했던 흑역사였다면, 이제 십수년을 건너뛰어 모던 배트맨 시대로 넘어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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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 배트맨 / Bat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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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팀 버튼 Tim Burton

배트맨, 브루스 웨인-마이클 키튼 Michael Keaton
어린 브루스 웨인-찰스 로스킬리 Charles Roskilly
조커, 잭 네이퍼-잭 니콜슨 Jack Nicholson
젊은 잭 네피어-휴고 블릭 Hugo Blick
비키 베일-킴 베이싱어 Kim Basinger
알프레드 페니워스-마이클 고 Michael Gough
제임스 고든 국장-팻 힝글 Pat Hingle
하비 덴트-빌리 디 윌리엄스 Billy Dee Williams
토마스 웨인-데이빗 벡스 David Baxt
마사 웨인-샤론 홀름 Sharon Ho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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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생각해보면 마이클 키튼의 캐스팅 소식이 처음 알려지고 배트맨의 골수팬들이 그에 맞서 격렬하게 저항했다는 것이 일견 이해가 간다. 당시로서는 정말 말도 안되는 캐스팅 소식이었을 것이다. 키튼이라면 이 작품 이전에 그저 그런 코미디 배우에 지나지 않았으며 이 작품 바로 직전에 팀 버튼 감독과 함께 만든 작품이 <비틀쥬스>아니었던가. 그 영화 속에서의 비틀쥬스나 이 영화의 배트맨은 두쪽 다 팀 버튼 세계관의 의식을 그대로 품고 그것을 표출하는 상징적인 캐릭터인데 비틀쥬스가 죽은자의 고삐풀린 광기와 화려함을 대변한다면 배트맨은 산자의 억눌린 광기와 폭력성을 대변하는, 양 극단의 상징이기 때문에 문제였던 것이다.

하지만 키튼은 배트맨 팬들에게, 자신이 꽤 괜찮은 배트맨 배우임을 입증 시켰으며 지금에 이르러서는 가장 훌륭했던 배트맨 배우로 손꼽히고 있으니 이 작품이야말로 키튼이라는 배우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배우적 재능과 연기력의 스펙트럼을 세상에 알려준 작품이지 않을까 한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복장 역시 이쪽이 가장 마음에 든다. '배트맨은 이래야 된다'라고 할 수 있을만한 우아함이 있다. 아마 배우로써는 연기하기에 가장 까다로운 복장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전혀...저~~언혀 목이 돌아가지 않는 답답한 구조와 두꺼운 재질. 하지만 그런 답답한 구조는 시각적으로만 보자면 매우 품위있는 곡선이다. 관자놀이서부터 승모근까지 쭉 뻗은 라인이 새삼스레 마음에 든다. 그리고 저 가짜 복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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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키 베일- 킴 베이싱어는 그 배우의 무기였던 섹스 어필은 다소 자제하고 있지만 여전히 머리가 비어보이고 하는 일이 없다.

조커- 잭 니콜슨은 히스 레저 이전까지 '레전드'라고 불릴 정도로 불가침의 영역을 형성해 범접할 수 없는 조커를 연기하고 있다. 팀 버튼의 세계에서 종종 '어둡고 우울한 것'과 '화려하고 장난끼있는 것'이 대립이 있었는데 그런 대립의 콘트라스트가 가장 강한 것이 바로 키튼의 배트맨과 니콜슨의 조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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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잭 니콜슨의 대단한 점은, 조커가 되기 전, 잭 네피어라는 이름의 마피아 두목일 때(물론 이 영화만의 오리지널 설정이지만)의 연기와 조커가 된 후의 연기가 완벽히 다르다는 점이다. 잭 네피어는 상당히 무게감있고 비열한 면도 있으며 갱 느와르에 나올 법한 연기의 진수를 제대로 소화해내고 있다. 브루스 웨인과 배트맨이 갖는 이중성에 결코 뒤지지 않는 두 얼굴의 연기였다.

그리고 영화 초반부에 잠깐 등장하는 하비 덴트. 스타워즈 시리즈의 랜도 캘리지안으로 유명한 빌리 디 윌리엄스가 연기하고 있는데, 하비 덴트를 흑인으로 설정해 출연시켰다는 점이 특이하다. 팀 버튼이 예정대로 세 번째 배트맨 영화를 찍었더라면 로빈 역할을 흑인 배우에게 맡길 예정이었다고 하는데, 이 아저씨 왜 이렇게 흑인에 집착하는 거지? 다른 영화들 보면 흑인 배우는 거의 출연하지도 않더만.



1990. 배트맨 리턴즈 / Batman Retur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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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팀 버튼 Tim Burton

배트맨, 브루스 웨인-마이클 키튼 Michael Keaton
펭귄, 오스왈드 코블팟-대니 드비토 Danny DeVito
캣우먼, 셀리나 카일-미셸 파이퍼 Michelle Pfeiffer
막스 쉬렉-크리스토퍼 월큰 Christopher Walken
알프레드 페니워스-마이클 고 Michael Gough
제임스 고든 국장-팻 힝글 Pat Hin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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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 모양이 좀 멋없어졌다.


전작이 배트맨의 정신병적 모노드라마 였다면 이 작품에 이르러서는 정신병 환자들의 축제로 거듭난다. 상대적으로 화려하고 감정 과잉의 조커와 대비되는 것이 전작의 주인공-악당의 관계적 구조였다면 이 작품에서의 주인공-악당은 상호 보완적, 혹은 상호 상응적이다. 성격이나 내면적 고민으로만 보자면 누가 배트맨이고 누가 펭귄인지 캣우먼인지 알 수 없다. 원인과 반응은 전혀 다르지만 본질적으로는 서로 비슷한 내면의 어두움을 가진 사람들의 서로의 상처를 건드리고 그 상처를 나의 아픔으로 덮어버리는 난장판이라고 볼 수 있었다.

배트맨- 키튼이 보여주는 강박증 환자 연기는 이 작품으로 넘어오면서 불안함은 조금 상쇄되고 안정적으로 보인다. 마치 펭귄과 캣우먼에게, 우리같은 사람들은 이렇게 고뇌하는 거야.라고 보여주듯이 말이다. 반면에 어둠의 에너지가 끓어 넘치는 쪽은 악당들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서도 이 영화의 최대 수혜자는 캣우먼, 미셸 파이퍼다. 현재까지도 파이퍼를 대체할 캣우먼 배우로 내세울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그 증거다. 사실 파이퍼는 그렇게 예쁜 배우도 아니고 전작의 킴 베이싱어처럼 섹스 어필의 아이콘과 같은 배우도 아니었다. 그런 배우가 전신을 꽉 죄는 고양이 복장을 하고 채찍을 휘두르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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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전작의 조커가 화려한 색상을 제외하곤 전체적으로 갱 느와르의 두목같은 복장이었다면 이 작품의 펭귄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품위있는 귀족적 복장을 착용하고 있다. 늘 지니고 다니는 우산에서부터 데리고 다니는 갱단 중 한 명인 '푸들 레이디'역시 그 시대의 귀부인과도 같은 복장을 하고 있지 않은가.

캣우먼- 하지만 역시나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은 코스츔은 캣우먼이다. 위에서도 잠깐 얘기했지만, 전신을 꽉 죄며 배우가 가진 신체의 라인을 과장되게 살림과 동시에 얼기 설기 꿰맨 자국은 그 어느 장신구보다도 착용자의 매력을 더해준다. 배트맨의 복장이 조금 개선되고 편해보이는 것과 반대로 미셸 파이퍼가 아마 옷 입는 과정에서 그리고 옷을 입고 연기하는 과정에서 가장 힘들지 않았을까 한다.

영화 마지막에, 쉬렉에게 총을 맞으면서도 계속 다가가는 미셸 파이퍼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었다. 자신의 목숨을 버려가면서 복수를 하기 위해 비틀거리는 죽음의 몸짓과 창백한 얼굴, 핏빛 입술, 헝클어진 금발 그리고 찢어진 수트가 만들어내는 하모니가 주는 인상깊은 매력은 대체 원인이 뭔지, 느낌의 주체인 나로써도 알 수 없는 묘한 매력이다.

쉬렉 사장을 연기한 크리스토퍼 월큰은 이때만해도 지금의 '괴팍하지만 선하고 푸근한 아저씨'의 느낌이 전혀 나질 않고있다. 아마 그런 이미지가 생긴 시점은 역시 팀 버튼과 함께한 <슬리피 할로우> 직후 부터가 아닌가 한다. 이 작품에서는 버튼의 배우답게 짙은 눈밑 화장과 백발로, 가면을 쓰지 않은 캐릭터 중에서 가장 그로데스크하고 팀 버튼 적인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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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 고든 국장- 전작에 이어 같은 배우가 알프레드와 고든 국장을 연기하고 있다. 이 두 노배우는 이후로 이어서 개봉할 조엘 슈마허 감독의 두 영화에도 출연하고 있는데, 그것 때문에 버튼의 배트맨과 슈마허의 배트맨 세계가 연결되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점이 몹시 거슬리고 싫다.

다행인건, 버튼이건 슈마허건간에 알프레드나 고든 국장이라는 캐릭터를 크게 부각시키지 않았다는 점.



1993. 배트맨과 로빈 / Alyas Batman en Ro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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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토니 Y.레예스 Tony Y. Reyes

배트맨-조이 디 리온 Joey de Leon
로빈-킴피 디 리온 Keempee de Leon
조커-린니 레퀴스타스 Rene Requiestas
펭귄-판치토 Panchito

90년에도 어김없이 필리핀의 배트맨 사랑은 계속 된다. 이 영화 역시 확인된 정보가 거의 없으므로 소개하는 것으로만 만족하는 선에서 패스.

포스터만 봐선 원더우먼 비스무리한 여인네도 나오는 듯 싶다. (대체 무슨 인연으로 여길.. OTL)




1995. 배트맨 포에버 / Batman For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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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조엘 슈마허 Joel Schumacher

배트맨, 브루스 웨인-발 킬머 Val Kilmer
어린 브루스 웨인-램지 앨리스 Ramsey Ellis
로빈, 딕 그레이슨-크리스 오도넬 Chris O'Donnell
리들러, 에드워드 니그마-짐 캐리 Jim Carrey
투 페이스, 하비 덴트-토미 리 존스 Tommy Lee Jones
체이스 메리디언-니콜 키드먼 Nicole Kidman
알프레드 페니워스-마이클 고 Michael Gough
슈가-드류 배리모어 Drew Barrymore
스파이스-데비 메자 Debi Mazar
마로니-데니스 팔라디노 Dennis Paladino
토마스 웨인-마이클 스캔튼 Michael Scranton
마사 웨인-아일린 실리 Eileen Seeley
제임스 고든 국장-팻 힝글 Pat Hin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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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사실 발 킬머의 잘못은 없다. 연기파 까지는 아니더라도 상업 영화의 액션 배우로서 남부끄럽지 않을 작품들을 찍어온 젊고 재능있는 배우였고 이 영화 안에서도 괜찮은 배트맨이다. 뭣보다 가면 밑으로 보이는 턱과 입술 만큼은 역대 배트맨 배우 중 최고였다고 꼽히기도 하니 말이다. 적당히 점잖고 적당히 폼잡을 줄 알고 적당히 기름지기도 한 이 배우는 그저 눈높이를 조금 달리한 배트맨 영화에서 역시나 적당히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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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페이스, 리들러- 하지만 슈마허 감독의 실수라면, 팀 버튼도 그랬지만 그보다 훨씬 더 악당의 비중을 키운 배트맨 영화를 만들면서 악당 캐릭터에 전혀 공을 들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토미 리 존스의 투 페이스는(배트맨 세계의 악당 중 가장 심각하고 복잡한 악당인 투 페이스는) 꿔다 논 보릿자루처럼, 혹은 엑스트라1처럼 하는 일이 없으며 짐 캐리의 리들러는 사실 그게 꼭 리들러가 아니었어도 상관없을 일이었다. 짐 캐리의 얼굴이 녹색이었다면 이 영화는 <배트맨 vs 마스크>였을 것이며 짐 캐리가 심하게 꼬인 리젠트 헤어 스타일을 하고 있었다면 이 영화의 제목은 <배트맨 vs 에이스 벤츄라>였을 것이다. 그 말인 즉, 이 영화의 짐 캐리는 다른 영화들의 짐 캐리와 전혀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당시 끗발 오르던 짐 캐리가 새 배트맨 영화에 캐스팅 되면서 '내 맘대로 연기하게 놔둘 것, 난 여태껏 하던대로 연기할 것임'을 계약서에 명시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고민하기 귀찮아서 그냥 그 배우가 잘하는 연기를 주문했을 게으른 감독의 얼굴이 떠오른다.

체이스 메리디언- 사실 굉장히 편파적인 얘기지만, 이 영화의 니콜 키드먼은 맘에 든다. 아주 좋다. 거듭되는 성형 수술로 얼굴이 흉해지기 전이기 때문인지, 내가 본 키드먼의 영화 중에서 가장 예쁘게 나오는 것 같다. 물론 캐릭터의 성격이야, 발정난 암코양이처럼 박쥐 망또만 봐도 달아올라서 하악대는 모습이 썩 좋아뵈진 않지만 말이다. 하여간 이 영화의 인물들은 누구 하나 감정을 억누르거나 자제하는 사람이 없다. 그게 노골적인 성욕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이 영화는 일종의 코스프레 쇼다. 배트맨 세계의 캐릭터들과 똑같이 옷만 차려입었지 하는 짓은 그냥 다 제각각이니 말이다. 동전 던지기를 흉내 내지만 동전이 앞면이 나오건 뒷면이 나오건 상관없는 투 페이스와 문제를 내긴 내는데 문제를 풀어야 할 대상이 문제를 풀건 못풀건 어쨌든 나쁜짓은 할 예정인 리들러라니. 말 다했지.

최악의 의상은 단연 리들러의 녹색 쫄쫄이. 그냥 쫄쫄이가 아니라 사정없이 쪼여주는 리얼 쫄쫄이. 온몸의 라인이 다 드러나는 얄팍한 쫄쫄이를 입은 짐 캐리가 그 옷을 입기 전에 중요 부위에 어떤 공사를 했을지 상상만해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 투 페이스의 옷은, 그냥 뭐 투 페이스니까. 그렇게 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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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부터, 배트맨 영화에서는 중간에라도 한 번 이상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는 전통이 생긴 듯 하다. 영화 초반에 입는 옷은 키튼이 입던 옷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조금 더 뾰족하고 근육 모양이 자세하며....저...젖꼭지..가 달렸다는 게 다르다. 그리고 로빈을 파트너로 받아들인 후 입는 새 옷은 젖꼭지는 사라졌지만 근육 모양이 조금 더 노출증 환자에 가깝다. 이 근육이라는 게 외피로 드러나는 근육이 아니라 외피 안에 있는 그 시뻘겋게 쪼개진 그 근육의 모양새를 흉내내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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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해도 손가락이 오그라들겠다. 저 젖꼭지..






1997. 배트맨과 로빈 / Batman & Ro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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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조엘 슈마허 Joel Schumacher

배트맨, 브루스 웨인-조지 클루니 George Clooney
어린 브루스 웨인-에릭 로이드 Eric Lloyd
로빈, 딕 그레이슨-크리스 오도넬 Chris O'Donnell
배트걸, 바바라 윌슨-알리시아 실버스톤 Alicia Silverstone
미스터 프리즈, 빈센트 프라이즈-아놀드 슈왈제네거 Arnold Schwarzenegger
포이즌 아이비, 파멜라 아이슬리-우마 서먼 Uma Thurman
베인-집 스웬슨 Jeep Swenson
알프레드 페니워스-마이클 고
젊은 알프레드 페니워스-존 시몬스 Jon Simmons
제임스 고든 국장-팻 힝글 Pat Hin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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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아담 웨스트 이래 최악의 배트맨 배우를 꼽자면 바로 조지 클루니다. 조지 클루니가 이 시절만 해도 뭐 배우로서의 커리어가 어땠고 어쩌고 저쩌고 다 떠나서 그냥 안 어울린다. 이 사람은 배트맨으로서도 아니고 브루스 웨인으로서도 아니다. 유복한 환경(은 일치하지만)에서 화목한 가족 아래 착하고 온순하고 다소는 자신만만하게 잘 자랐을 법한 귀공자가 나이를 먹어 초로에 들어서면 이런 얼굴이지 않을까 싶은 온화한 아저씨의 배트맨이라니, 캐스팅만으로 이 영화는 배트맨 세계에 잿물을 끼얹은 격이다.

조지 클루니가 연기하는 배트맨-브루스 웨인은 그 어떤 추상적 혹은 실존적 고민으로부터 완벽히 탈출한 케이스다. (전작의 발 킬머가 나름 마이클 키튼 흉내를 내려는 듯 보이던 것과는 상반되게)탈출이라고 하기도 뭐하다. 원래부터 그딴 거창한 동기따윈 없었고, 그저 화려한 복장을 입고 귀여운 남자 파트너와 어울리고 싶어서 배트맨으로 데뷔한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매사가 그저 즐거워 보인다. 이 모든게 박쥐 페티쉬를 가진 피터팬 증후군 환자의 난장인 것 처럼, 돈 쳐발라서 만든 의상이나 장난감등을 보여주고 싶어서 안달인 유년기의 칭얼거림을 가진 반백발의 신사가 바로 클루니의 배트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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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 배트걸- 팀 버튼 시절에 존재했던 배트맨 영화의 품위를 그나마 혼자 지켜오던 알프레드 역의 마이클 고 할아버지는 이 영화에서 아얘 거의 등장하지도 않는다. 앓아 누워버리더니 엉뚱하게 조카랍시고 다이어트가 덜 된 바바라한테 박쥐 수트를 입혀버렸다. 여태 정정하던 이 노인네도 드디어 노망이 나신거다.

로빈- 크리스 오도넬은 전작에 이어 여전히 칭얼거린다. 더 심해졌다. 아무리 코믹스의 로빈이 불안불안한 십대라고는 하지만, 건장한 체구의 실사 로빈까지 이래서야 되겠나. 불안한 건 좋다 치는데 그게 꼭 페로몬 향수맡고 발정나서 키워준 양아버지 앞에서 깽판치는 막되먹은 놈이어야겠냐는 거다. 그래놓고선 좋다고 젖꼭지 수트 입고 날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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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프리즈- 악당의 비중을 키워주다 키워주다 아얘 메인 포스터의 가운데에 등장하는 기염을 토해 낸 프리즈 역의 아놀드 슈왈제네거. 우악스런 액션이나 근육 자랑도 없는 만담 전문의 캐릭터를 두고 왜 꼭 몸값 비싼 이 사람을 캐스팅했냐의 논란에 대해서, 그저 티켓 파워 하나 믿고 그랬다는 대답말고 더 솔직한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슈왈제네거의 고유한 매력은 그 어색한 영어 억양이었지 결코 말장난이 아니었다. 입만 열면 얼음과 관련된 '썰렁한' 농담을 내뱉는 캐릭터가 이 영화 안에서 몸값이 가장 비싸야 했던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 (극중 프리즈가 신고 나오는 곰돌이 슬리퍼는 이 영화가 지향하는 분위기를 함축적으로 설명해준다.)

미스터 프리즈의 복장은 그나마 별로 흠잡을 데는 없다. 어차피 이 영화가 배트맨의 어두운 세계관에선 멀찌감치 떨어져있으니 프리즈의 사이버틱한 얼음 갑옷도 나름 공들인 흔적이 있으니 칭찬 정도는 해줄 수 있다.

포이즌 아이비- 우마 서먼이 아무리 헐리웃에서 섹시한 배우 중 하나로 손꼽히지만(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아얘 노골적으로 페로몬을 뿌려대는 빨간 머리칼의 색녀라니. 이런 모욕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건 대체 개런티를 얼마나 받았다는 말인가. 게다가 전작의 리들러를 떠올리게 하는 녹색 쫄쫄이. 우마 서먼 정도의 몸매라면 그런 쫄쫄이를 입히고 싶어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럴거면 좀 성의있게라도 만들지 그랬나.

베인- 코믹스 세계관에서 엄청난 힘과 뛰어난 지략으로 배트맨에게 위협적인 존재의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악당 중 하나인 베인은, 이 영화에서 그저 멍청하고 힘만 센 보디가드 정도로만 묘사되고 있다. 심지어 말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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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수트는 이 영화의 중반을 넘어서며 배트맨과 로빈이 새로운 복장을 입는 시점에서부터 이미 '최악'의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젖꼭지와 엉덩이를 강조하는 수트만이라면 그래도 게이들을 위한 판타지의 복장이구나~하고 소수 취향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넘어간다고 치자. 하지만 은박지를 얼기 설지 얹어놓은 미래 전사의 코스츔은 대체 뭐냔 말이다. 가만 보면 악당이 미스터 프리즈이기 때문에 저들도 나름대로 얼음 느낌의 수트를 만들어 입은 것 같다. 신기한 것은, 로빈만은 갈아입은 수트에도 젖꼭지가 달려있다는 점이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점은 이 해괴망측한 옷엔 배트맨만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인 유틸리티 벨트가 없다는 점이다. 그게 왜 다행이냐고? 배트맨 크레딧 카드같은 거 이제 안가지고 다닐 거 아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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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다른 -잘 알려진-배트맨 영화들과 차별화 되는 점을 하나 꼽자면, 이 영화속의 배트맨-브루스 웨인은 이상하게도 로맨스를 만들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포이즌 아이비는 슬쩍 꼬셔보다가 안되겠던지 바로 로빈으로 타겟을 바꿨고 배트걸은 로빈의 상대역인 듯한 뉘앙스를 풍겼으며, 평범한 사람 중 애인이라고(약혼녀라고 소개했던 것 같은데 아마도) 등장한 여성 캐릭터는 이름도 잘 모를 정도로 잠깐 나오다가 말았다. 아마 플레이보이인 브루스 웨인이 옆에 장식처럼 데리고 다니는 여성 중 한 명이지 않았을까. 조지 클루니의 배트맨은 로맨스보다는 유사 가족을 형성하는 데에 오히려 더 정성을 쏟고있다. 천방지축인 양아들내미 길들여야지, 어쩌다 얹혀살게 된 집사의 조카딸내미도 앞으로 어떻게 키울까 계획 세워야지...클루니의 노인네 배트맨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연애보다는, 이제 자기 곁을 떠나지 않을 안정적인 가정의 구성원들을 더 필요로 하고 있었던 거다. 이렇게 외로움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슬픈 배트맨이었다니.




2002. 버즈 오브 프레이 / Birds of Pr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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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 배트걸, 바바라 고든-디나 메이어 Dina Meyer
헌트리스, 헬레나 카일-애슐리 스콧 Ashley Scott
다이나 랜스-레이첼 스카스턴 Rachel Skarsten
알프레드 페니워스-이안 아베크롬비 Ian Abercrombie
할리 퀸, 할린 퀸젤-미아 사라 Mia Sara
배트맨, 브루스 웨인-브루스 토마스 Bruce Thomas
조커-로저 스톤버너 Roger Stoneburner
조커(목소리)-마크 해밀 Mark Hamill

1시즌, 13편의 에피소드로 막을 내리고 다신 만들어지지 않은(아직까지는) 비운의 TV시리즈.

잠깐 소개하자면, 배트맨이 조커와 마지막 대결 후 실종되고 난 다음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코믹스의 설정처럼 배트걸이었던 바바라는 조커의 총에 맞아 하반신 마비가 된 후 오라클로서 팀을 이끌고 있는데, 코믹스의 설정과 맞는 부분은 여기까지다. 헌트리스는 DC 세계관 중 지구-2에서의 설정처럼 배트맨과 캣우먼의 딸이라고 설정되어 있는데 원작의 헌트리스와 달리 '메타 휴먼'이라는, 일종의 뮤턴트와 같은 초능력 인간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다이나 랜스는 코믹스처럼 엄마가 '블랙 커네리'인데 이 드라마에서, 적어도 1시즌 안에서는 아직 '블랙 커네리 ll'라는 이름을 달고 활동하지 않는다.

<스몰빌>이 엉뚱하게도 초기 시즌의 매 에피소드를 유성인간과의 대결로 채웠던 것 처럼 <버즈...>역시 다른 메타 휴먼들과의 사건을 중심으로 에피소드들이 진행된다. 그러다가 마지막 시즌 정도가 되면 할리 퀸이 최면술을 쓰던 메타 휴먼의 능력을 빼앗아 오라클 패밀리의 기지를 점거하는데, 그 동기가 조커의 죽음에 의한 배트걸에의 복수심에서라고는 짐작할 수 있지만 그걸 자세하게 묘사하거나 설득력있게 표현하질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명은 배트맨의 후계자고 한명은 배트맨의 딸이라고 하면서도 시즌 내내 거의 배트맨에 대해 언급조차 하질 않고있다. 게다가 이 세계관에서 배트맨은 '이름 날리던 자경단'이 아니라, 믿는 사람은 바보취급 당하는 괴담속의 인물 정도로 취급되고 있다. '박쥐 옷을 입은 범죄 투사가 있었다고? 너 바보냐.' 하는 식이다. 로빈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세 명의 로빈 모두 이름만 잠깐 언급될 뿐 현재의 행방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런 식이다. 예전에 배트맨도 있었고 로빈도 있었고 배트걸은 그때 같이 활동했었지...하면서도 정작 그 시대의 인물들이 그 이후에 어떻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인 것만 같다.

배트맨이 사실은 죽은 게 아니라 어디엔가 살아있다는 암시를 주면서 마지막 에피소드가 끝나지만 2시즌이 만들어질 거란 얘기는 전혀 들어보질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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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걸- 오라클(배트걸 활동을 접은 후의 닉네임) 역할을 맡은 디나 메이어라는 배우. 보는 내내 낯익은 얼굴이다 싶어서 막 생각하고 혼자서 생각해내고 싶어서 iMDB를 일부러 보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확 하고 떠올랐다. <스타쉽 트루퍼스>의 그 터프한 여군이었다. 나이를 먹으면 예뻐지는 타입인지 굉장히 차분하고 여성스러워진 이미지라 못알아보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항상 덜컹거리는 헌트리스와 다이나 사이에서 팀을 중재하는 '리더'느낌의 캐릭터를 잘 살린다. 그래서인지, 간혹 회상신 등을 통해서 배트걸 복장을 하고 나오는 모습이 상당히 어색하기도 하다.

배트걸의 복장은 그냥 아담 웨스트의 배트맨 TV시리즈가 참고했을법한 시대의 코믹스에서 따온 그대로의 디자인이다. 그 노란색 장갑. 다만 채도가 조금 안정되고 디자인이 약간은 세련되어졌다는 차이점이 있다.

배트맨과 캣우먼은 매 에피소드의 첫 부분에 '이러이러한 전설이 있는 곳이 뉴 고담입니다' 따위의 설명이 흐를 때 잠깐 등장하는데, 팀 버튼 영화의 복장과 거의 똑같은 차림을 하고있다. 조커는 파일럿 에피소드에 아주 잠깐 등장해서 거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




2003. 배트맨: 데드 엔드 Batman: Dead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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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샌디 콜로라 Sandy Collora

배트맨-클락 바트람 Clark Bartram
조커-앤드류 코에닉 Andrew Koen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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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소개한 바 있는 저예산 단편 영화. 그 어떤 실사 컨텐츠 중에 '초창기 배트맨 코믹스의 의상과 이미지'를 가장 있는 그대로 재현한 작품이다. 블루 톤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새까만 마스크와 망또에 회색 상,하의. 그리고 조커 역시 코에 특수 분장을 함으로써 코믹스에서 갓 나온 듯, 오히려 실제 배우가 분장을 하고 찍은 사진이 마치 그림으로 그린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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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분량의 단편이지만 두쪽 다 연기가 괜찮다. 아마 그쪽 단편 영화계에서 꽤 실력있는 배우가 아닐까 추측할 수 있을 정도로 에너지 넘치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배트맨을 연기한 배우는 아마 보디빌더인듯.





2004. 캣우먼 Catwo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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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피토프 Pitof

캣우먼-할 베리 Halle Berry

터키나 필리핀의 괴작들도 다 짚고 넘어갔으면서 이걸 굳이 빼놓는건 너무 야박한 것 같아서 슬쩍 끼워놓고 넘어가기로 한다.

아무리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할 베리라도, 괴상망측한 각본과 의상 앞에서는 짤탱이없는거다.

미셸 파이퍼의 캣우먼이 워낙에 인기가 있었기 때문에 꽤 시간이 한참 지난 다음에라도 스핀오프가 만들어진 건 일견 이해가 가지만, 문제는 미셸 파이퍼의 캣우먼의 인기의 이유가 됐던 매력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그냥 '만들기만' 했다는 거다. 전신을 타이트하게 감쌌던 라텍스는 어디가고 고양이 발톱 자국처럼 여기저기 숭숭 뚫려서 맨살을 드러내는 데 온 정성을 쏟은 요상한 옷에, 저 마스크는 왜 저렇게 운두가 높은 건지 모르겠다. 무슨...콘헤드가 뒤집어 쓴 가면인 것 같잖아.



2005. 배트맨 비긴즈 Batman Beg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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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크리스토퍼 놀란 Christopher Nolan

배트맨, 브루스 웨인-크리스쳔 베일 Christian Bale
알프레드 페니워스-마이클 케인 Michael Caine
레이첼 도스-케이티 홈즈 Katie Holmes
루시우스 폭스-모건 프리먼 Morgan Freeman
제임스 고든 경사-게리 올드먼 Gary Oldman
라스 알 굴, 헨리 듀커드-리암 니슨 Liam Neeson
라스 알 굴(디코이)-와타나베 켄 Watanabe Ken
스케어크로우, 조나단 크레인-킬리언 머피 Cillian Murphy
어린 브루스 웨인-거스 루이스 Gus Lewis
어린 레이첼 도스-엠마 록하트 Emma Lockhart
토마스 웨인-라이너스 로치 Linus Roache
마사 웨인-사라 스튜워트 Sara Stewart
카르민 팔코니-톰 윌킨슨 Tom Wilkinson
조 칠-리차드 브레이크 Richard Brake
빅터 자즈-팀 부스 Tim Booth
리처드 얼-룻거 하우어 Rutger Hauer

배트맨 세계의 모더니즘을 연 1세대가 팀 버튼이라면 불과 오랜 시간이 지난 후는 아니지만 그에 이은 2세대를 굳이 지목하고 싶은 것은 그만큼 놀란 감독이 있기 전에 단 두편으로도 초토화 된 배트맨 세계관을 빨리 잊고 싶은 것이 이유이기도 하겠다.

단지 그 이유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놀란의 배트맨 영화를 시작으로 '뭔가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 건 나 뿐만이 아니리라 자신있게 짐작한다. 영웅적 행위보다 뚝딱 뚝딱 수트 만드는 과정이 더 재미있었던 <아이언 맨> 이전에 이 영화가 있었다. 비록 그 동기는 부모의 죽음에 의한 자책감과 범죄에 대한 복수심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었다지만 알프레드와 이런 저런 잡담으로 소일하면서 수트 및 각종 장비들을 준비하던 브루스 웨인의 모습은 팀 버튼 이후의 배트맨 영화 사상, 가장 진심으로 즐거워보였다. 물론 나만의 착각, 혹은 그렇게 보고 '싶었던 것' 뿐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배트맨- 크리스쳔 베일은, 아직 '명배우' 소릴 들을 정도는 아니지만(이건 순전히, 아직 젊기 때문이다) 상당히 인상적이고 변화의 폭이 넓은 연기들을 해옴으로써 인정을 받았고 젊고 잘생기고 장래가 촉망되는 배우 중의 하나다. 팀 버튼의 배트맨 영화에서였더라면(우선 캐스팅할리도 없었겠지만) 못당해냈을 배역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놀란 감독이 만든 '세련된 대도시 고담'의 새로운 브루스 웨인으로서는 이 정도의 적임자가 없다고 생각한다. 암울함 혹은 광기를 있는대로 뿜어내던 전작들의 고담시와 달리 놀란의 고담시는 건물들의 높이와 무관하게 상당히 차분하다. 다들 마음속에 불안함은 가지고 있지만 그 불안함의 흐름에 실려가지 않고 그저 묵묵히 자기 생활을 산다. 절제된 고담이 바로 놀란의 고담인 거다. 그리고 그 안의 브루스 웨인 역시 덤덤하다. 건조한 고담시의 공기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려고 미쳐 날뛰지 않는다. 그저 자기 할 일(배트맨 비즈니스)을 정확히 알고 차분히 준비하고 조용히 실행에 옮길 뿐이다.

베일의 브루스 웨인이 가진 고민은 선배인 키튼의 그것과는 미묘하게 혹은 대놓고 다르다. 키튼의 고민이, 강박관념이 만든 복수심과 불면증, 그 불면증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개인적인 원한에서의 폭주였다면 베일의 고민은 공명심에 더 가깝다. 자신이 갖고있는 박쥐에 대한 공포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고담시민들이 가지고 있을 범죄에 대한 공포의 은유였을지도 모른다. 그것을 극복함과 동시에 반대로 범죄자들에게 그 공포를 되돌려주겠다는 앙갚음일지도 모르겠는데, 그 감정의 크기나 행동의 과격함이 조금 덜 폭력적이고 덜 감정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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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 마이클 케인의 알프레드는 그 어느 작품의 알프레드보다 입지가 넓다. 할 일이 많고 할 말이 많다. 그것은 어쩌면 이 영화의 제목처럼 배트맨이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일 것이다. 완성된 배트맨이 아니기 때문에 주위의 도움을 아직은 많이 필요로 한다.(그게, 자수성가해 축적한 재산으로 모든지 혼자서 뚝딱 만들어내는 '아이언 맨'과 상속 받은 유산으로 시작하는 '배트맨'과의 차이점일 것이다.) 전작들에서 충실한 시종이나 비서에 지나지 않았던 알프레드가 놀란의 세계에선 아버지의 자리를 대신하는 멘토로 존재한다. 영화의 도입부에서 브루스가 아버지로부터 들었던 조언을 나중에 다시 알프레드로 부터 듣는 장면은 바로 그런 점을 상징한다. 그리고 영국 억양의 덩치 큰 할아버지 마이클 케인은 그 주어진 역할을 확실히 해내고 있다. 노인이면서도 너무 무게잡지 않는다. 이 이야기 속에서 무게를 잡아야 하는 건 배트맨이기 때문이다.

폭스, 고든- 모건 프리먼이야 뭐 워낙에 편안하고 안정된 연기로 정평이 나 있지만, 이 영화를 통해 재발견된 배우는 젊거나 신인인 배우가 아니라 이미 자기 자리를 확고히 다지고도 남은 중견배우 게리 올드먼이었다. 많은 팬들이 '대체 게리 올드먼은 언제 나온거냐'라고 할 정도로 그간 보여준 적이 없었던 새로운 이미지를 연기함으로써 완벽한 연기 변신을 해냈다. 드라큘라 백작이나 우주의 갱 두목, 부패한 경찰 등의 '센' 악당 연기만 해오다가 이 영화를 통해 정의롭지만 무기력하고 적당히 타협하려 하는 유약한 경찰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고 있다.

레이첼 도스- 케이티 홈즈는 뭐, 이 배우나 캐릭터를 논하기엔 중요도가 그리 높지 않다. 배트맨 영화들에 그간 나왔던 여성 캐릭터 중에 처음으로 '섹시함'을 무기로 들이대지 않는 캐릭터라는 점이 맘에 들었다. 놀란 감독의 고담시엔 더 이상 짙은 화장과 금발로 박쥐남을 유혹하는 팜므 파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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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 알 굴- 리암 니슨은 이 영화를 거치며, '멘토 전문 배우'라는 미묘한 타이틀을 얻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스타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험>의 제다이 마스터 콰이곤 진 역을 시작으로 <나니아 연대기>의 아슬란 역까지. 하여간 그 사이사이에도 크건 작건 누군가에게 조언해주고 깨닫게 해주는 역할들을 꽤 많이 한 배우다. 하지만 그 멘토가 사실은 가장 위협적인, 반드시 물리쳐야만 하는 존재라는 설정은 신선하다. 생각해보면 그리 새롭지만은 않은 설정인데 '멘토 전문배우'가 그런 연기를 했기 때문인 것 같다.

가짜 라스 알 굴 역할을 맡은 와타나베 켄은....그냥 지못미.

스케어크로우- 라스 알 굴 보다 비중은 낮지만 오히려 더 인상적인 쪽은 스케어크로우역의 킬리언 머피. 그리고 허수아비 두건을 뒤집어 쓴 모습보다 맨 얼굴로 있을 때가 오히려 더 섬뜩하고 광기를 더 많이 표출한다. 가면이 귀여울 정도로. (다크 나이트에서 잠깐이라도 얼굴을 비춰준 건 몹시 반가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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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배트맨 수트는 그 자체로 하나의 얘깃거리다. 영화의 상당 부분을 채운 것이 수트 만드는 과정인 것도 이유 중의 하나일 뿐더러, 개인적으로는, 처음에 루시우스가 브루스에게 해주던 수트의 소재에 대한 설명들이 어느 장면에서 구현되는지를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였다.

쓸데없이 근육을 강조하지도 않으면서도 몸의 라인을 잘 드러내는, 그러면서도 시커먼 색깔 때문에 미묘하게 라인을 감춰주는 이중적인 매력이 있는 수트에 적당히 튀는 유틸리티 벨트의 조화가 아주 좋다.

또한 이 수트는 망또가 생명이다. 고무 재질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인지 그 어느 영화 속의 배트맨 망또보다 품위있고 신비하다. 그 펄럭거리는 질감이 매력적이다.




2008. 다크 나이트 / The Dark K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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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크리스토퍼 놀란 Christopher Nolan

배트맨, 브루스 웨인-크리스쳔 베일 Christian Bale
조커-히스 레저 Heath Ledger
투 페이스, 하비 덴트-아론 엑하트 Aaron Eckhart
알프레드 페니워스-마이클 케인 Michael Caine
레이첼 도스-매기 질렌할 Maggie Gyllenhaal
루시우스 폭스-모건 프리먼 Morgan Freeman
제임스 고든 경위(->국장)-게리 올드먼 Gary Oldman
살바토레 마로니-에릭 로버츠 Eric Roberts
스케어크로우, 조나단 크레인-킬리언 머피 Cillian Murphy
제임스 고든의 딸-한나 건 Hannah Gu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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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시리즈가 영향을 끼친 결과물일까, 돌아온 크리스쳔 베일의 배트맨은 지쳐있다. 자신의 가면에 싫증을 내고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생활 이제 접고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오고 싶어한다. 그에 맞게 체중조절을 한 건지, 전작에 비해 베일의 체구는 작아졌고 얼굴은 헬쓱해졌다. 어쩌면 배트맨으로서의 명성보다 그 배트맨의 명성을 벗어던지고 싶었던 개인적 희망이 이런 파국을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고담시를 지킬 후계자로서 하비 덴트를 그렇게 지지하지만 않았던들 하비 덴트가 조커의 타겟이 되진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레이첼 도스- 연기 자체로는 워낙에 캐릭터의 비중에 한계가 있으니 새로 교체된 매기 질렌할이 더 나았다거나 그 반대라거나 할 여지가 별로 없지만, 확실히 연결성이 끊기기 때문에 레이첼의 죽음이 주는 감정적 임팩트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그냥 새로 만난 여자가 죽었다는 정도의 충격밖에는 없다. 슈마허의 영화 두 편에선 아얘 주인공인 배트맨의 배역이 교체됐어도 그냥 그러려니 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그만큼 놀란의 영화들이 디테일하게 장면 장면끼리 서로 유기적으로 엮여있다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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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히스 레저의 조커 연기는, 잭 니콜슨의 조커와는 다른 영역에서 레전드로 남게 된다는 것이 만인의 평이니, 더 말하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니 패스....하기 전에 다만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면, 잭 니콜슨과 히스 레저를 단지 같은 이름의 '조커'라는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이유만으로 누가 더 뛰어나냐는 둥의 비교를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던데, 참 그처럼 한심하고 할 일 없어보이는 비생산적인 일이 또 있을까 싶다. 그 둘은 단지 원작에서 따온 기본적인 설정만 비슷할 뿐이지, 이름 빼고는 공통적인 부분이 하나도 없는, 애초에 캐릭터가 존재하는 이유와 이야기의 구조 안에서 할당된 역할 자체가 전혀 다르단 말이다. 이를테면 주성치가 연기한 '손오공'과 이연걸이 연기한 '손오공'이 비교대상이 될 수 없는 것 처럼 말이다.

투 페이스- 배우의 연기나 캐릭터의 분위기 등 모든 것이 더할나위 없이 좋았지만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영화에서는 그저 투 페이스의 '탄생' 정도만 다루고 본격적인 악행은 다음 편으로 미뤘더라면 조금 더 자유롭게 활개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거다. 요렇게 잠깐 폭주하다가 그냥 죽어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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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수트는 오히려 전작보다 매력이 떨어졌다. 목이 돌아간다는, 전작들이 가진 수트의 단점을 대놓고 영화 속의 설정으로 삼아버린 과감한 장점말고는 새 수트가 가진 미덕이 별로 없다. 영화 상에서도 조커의 작은 나이프가 푹 들어갈 정도로 내구성이 떨어지고 너무 자글자글하게 쪼개진 라인들은 우아함을 떨어뜨린다. 지나친 리얼리즘이 불러온 반작용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특히 망또가 제껴졌을 때 드러나는 견장은 확실히 좀 이질적이다.

어쩌면 이전의 영화들에서 어딘가 움직이기 불편해보이고 답답해 보이던 배트맨의 수트들이, 억압된 감정을 억누르는 배트맨의 성격을 한층 도드라지게 해줬던 건 아닐까하고 이제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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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캣- 오히려 이 영화에서는, 가짜 배트맨(Copycat)들의 복장이 인상적이었다. 확실하게 드러나는 사진을 구할 수가 없던 차에 발견한 이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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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을 동경하는 어설픈 자경단의 이야기를 스핀오프로 만든다면 대충 이런 느낌의 주인공이 나오진 않을까.


생각해보면, 배트맨만큼이나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어 항상 재생산되는 캐릭터도 없다. 슈퍼맨이야 영화로든 TV시리즈로든 자주 만들어진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느낌의 배우와 작품과 의상으로 이야기거리를 많이 만들어내진 않았다. 스파이더맨의 매니아로서 아쉬운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70년대의 TV시리즈를 제외하면 샘 레이미의 영화들이 전부이니, 이렇게 이것 저것 찾아가면서 예전에 만들어진 건 얼마나 허접했나 비교하며 낄낄거릴 수 있는 소스가 없다는 점이 말이다.


출처: 다이나모's blog

Posted by 흑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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